"등기부에 보증금 명시 의무화.. 최우선변제금도 상향해야" [모래 위에 쌓은 '갭투자'의 공포]
갭투자자들이 파산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무고한 세입자다. 이들은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 세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걸 바라보고 있거나 빚을 내서라도 자신이 직접 집을 사들이는 게 전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갭투자에 대해 “투기를 조장하는 갭투자자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경쟁적으로 인상시킨다”며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때는 세입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역전세난 등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금의 등기부등본 한계를 지적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 액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등기부등본은 세입자가 확인하는 가장 기본 서류이자 확실한 자료이기 때문에 등기부등본 기재사항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고려할 게 너무 많은데 등기부등본에는 정말 기본적인 권리관계만 적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등기부등본을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게 (갭투자 피해를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임차인의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 내가 계약할 경우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공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우선변제금이 지나치게 낮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우선변제 제도 대상이 서울시내 기준 보증금 1억1000만원 이하로 된 상태에서는 제도의 현실성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최 변호사는 최우선변제금 상향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우선변제금을 올렸을 경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면서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최 변호사는 “최우선변제권을 넓히면 영세세입자 보호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금융기관을 포함한 일반 저당권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며 “결국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게 되고 다른 투자처에서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제도도 손봐야
세입자는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며 국가 인증을 받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공인중개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변호사가 동반하거나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비용을 중개비에 포함하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나 SGI서울보증을 통해서만 가능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일반 보험회사도 취급하게끔 해야 한다고 봤다.
권 교수는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나 SGI서울보증 외에 일반 보험회사도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도입해서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사고가 발생하면 공제받을 수 있는 보증금 한도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은 공인중개업의 경우 개인 1억원, 법인은 2억원까지 보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사고 한건당 한도가 아니라 1년간 발생한 사고 전체의 한도라서 충분히 보상하기에 턱없이 낮다. 예컨대 공인중개사 1명의 과실로 한해 부동산 피해자 100명이 발생한 경우 한 사람당 100만원을 보장받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부동산 사고 건당 한도액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고 한 해 발생하는 사고 전체의 한도액은 늘릴 필요가 있다”며 “사고에 대한 보상 한도를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도 “공인중개사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걸 안 세입자는 만일의 경우 1억원까지 보상받는 거로 알지만 다른 임차인들도 다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며 “한 해 부동산 사고 공제금이 총 1억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보증보험 금액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광주 실종 여중생 경기 이천서 발견됐다…빌라 제공 男 조사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