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은행들, 예금금리 인하 줄줄이 착수..보험사, 투자이익 확보 '골머리'

서은영 기자 입력 2019. 7. 18. 17:14 수정 2019. 7. 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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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분주한 금융기관
내년 예대율 강화에 셈법 복잡
고객 이탈 우려 인하폭 눈치보기
NIM 하락으로 순익 악화 불가피
보험사, 쓸만한 카드 적어 울상
카드사는 조달금리 낮아져 환영
[서울경제]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자 은행권도 수신금리 인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 주 중 예금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낮아진 금리에 고객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예대율 강화에 대비해 수신 확대에 공을 들여온 은행권으로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와 규제 대응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내수시장 포화, 손해율 상승으로 고전해온 보험사도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채권 평가익 상승으로 당장 실적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로 인하한 18일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앞당겨지면서 긴급 임원회의까지 열었다”며 “다음 주 중으로 수신금리 인하 폭을 결정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하 작업에 착수했다. 1~2일 내에 기준금리 변동폭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예상보다 인하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다음 주 중 수신금리 인하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통 기준금리 인하 폭 미만인 0.2%포인트 정도씩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지만 지금으로서는 인하 폭이나 시기를 결정하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신예대율을 적용하면서 일부 은행은 예대율이 규제 기준인 100%에 근접하게 되는데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 정기예금과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매진해온 은행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신금리를 낮추면 예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보고 인하 폭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개인영업 담당 임원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근소한 금리 차이에도 고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인하 폭을 정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은행들로서는 무엇보다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으로 당기순이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은행 여신 과반수가 변동금리로 금리 인하의 영향을 즉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상반기부터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해 하락세를 이어온 만큼 기준금리 인하로 급격하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지만 문제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만큼 대출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울상이다. 투자이익 감소가 뻔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빈약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이미 보유 중인 채권 자산의 경우 금리 인하로 가격이 오르면서 단기적으로 평가익이 오르고, 이는 분기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수익을 낼 만한 투자처가 줄기 때문에 운용자산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내수시장 포화,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실적을 지탱해온 투자이익까지 줄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 금리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생명보험사들은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장기채권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한국·미국의 금리 역전 때문에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면서 운용자산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금리 인하는 연금보험 등 상품 판매에도 불리하다. 금리연동형 연금보험 등의 공시이율이 내려가면서 가입자들의 기대수익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주요 생보사들은 이미 금리 인하에 대비해 이번 달 공시이율을 0.02~0.03%포인트씩 낮춘 바 있다.

다만 카드사는 금리 인하를 반기는 입장이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조달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초 2.2~2.3% 수준이었던 카드채 금리는 이미 1% 후반대(5월 기준)까지 인하됐다. 카드사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평균 조달금리가 2%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카드사 부실 가능성도 줄여준다. 현재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 연체율은 지난 1·4분기 말 기준 2.61%로 전년 말 대비 0.17% 오른 상태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카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서은영·유주희·김기혁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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