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보다 금리 낮은 신용대출…가계부채 증가 새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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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17. 오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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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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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가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도 낮아지면서다. 가용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이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6000억원 증가했다. 7월만 놓고 봤을 때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액이다.

이 가운데 주로 신용대출인 가계 기타대출(잔액 245조6000억원)은 3조7000억원 불었다. 6월 증가액(3조1000억원)보다 6000억원이나 많고,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이다. 5대 시중은행으로 좁혀보면 신용대출이 6월 2조8374억원, 7월 2조6760억원 증가했다. 이달에도 13일까지 1조2892억원 늘어 석 달 연속 2조원대 증가가 유력하다.

한은은 6·17 대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의 매매대금, 지난달 늘어난 수도권 아파트 분양의 계약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을 신용대출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카뱅 등 메기의 출현도 금리 낮추는 요인
신용대출이 늘어난 건 무엇보다도 돈을 빌리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등에 따라 연 1.74∼3.76%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03∼4.27%로 신용대출보다 금리의 하단과 상단이 모두 높다.
가계대출 증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때 이를 반영하는 속도가 신용대출 쪽이 더 빠르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만기가 짧아 단기 채권의 시장금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1년 전보다 0.719%포인트 떨어졌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에는 담보설정비 등의 고정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차이를 키우는 요인이다. 고정비가 없는 신용대출은 순이자마진(NIM)만 붙여 대출 금리를 정하면 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그럴 수 없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촉발한 신용대출 금리 인하 경쟁도 원인으로 꼽힌다.

신용대출도 옥죌지 모르니…‘미리 받아두자’
정부는 신용대출로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가계부채 증가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은 신용대출의 주택 자금 전용을 막기 위해 3개월 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승인하지 않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의 특성상 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출을 신청할 때는 자금 용도를 ‘전세자금 반환용’, ‘생활비’, ‘투자 자금’ 등 구체적으로 써야 하지만 일단 대출이 실행되면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미리 만들어두고 추후 주택을 살 때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 사실상 자금 전용이 이뤄지는 것이지만 단속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까지 강화할 것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대출마저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신용대출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머지않아 금융당국이 신용대출도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신용대출 규정을 잘 지키는지 조사한다거나 신용대출을 내줄 때 자금 용도를 더 구체적으로 받아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 확대를 언급하면서 금융사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를 엄중히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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